숫자가 클수록 판단은 흐려진다

한스 로슬링은 이 장을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는 숫자 앞에서 쉽게 압도당하고, 숫자의 크기만 보고 의미를 잘못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뉴스에서 “수백만 명이 굶주리고 있다”, “수천 명이 사망했다”, “수조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는 표현을 보면,
사람들은 문제의 실체보다 숫자의 크기에 휘둘려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중요한 건 그 숫자가 크냐 작냐보다,
그 숫자가 전체 중 어느 정도를 차지하느냐, 그리고 어떤 맥락에서 나온 수치냐는 것이다.

이 장은 그런 숫자의 함정, 즉 크기 본능을 경계하자는 메시지다.

 


 

왜 우리는 숫자의 ‘크기’에 압도되는가?

 

로슬링은 사람의 뇌가 숫자를 다룰 때 본능적으로 비교 대상이나 기준이 없는 숫자에는 반응을 과장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400만 명의 아이들이 백신을 맞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숫자는 실제로 큰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게 전체 인구 대비 몇 퍼센트인지,
과거보다 나아진 상태인지,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어떤 수준인지가 없으면
단지 ‘엄청난 문제’처럼만 느껴진다.

그는 바로 이 점이 크기 본능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숫자의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숫자 그 자체만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오류.

 


 

비율과 맥락 없이 숫자만 보면 오해가 생긴다

 

로슬링은 뉴스와 보고서에서 자주 접하는 숫자 표현을 예로 든다.
“매년 전 세계에서 4백만 명이 아기 때 사망하고 있다”는 말은
슬프고 비극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사람들은 “세상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결론을 낸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되묻는다.
“그 숫자가 과거보다 증가한 것인가? 감소한 것인가?”
“세계 인구가 늘었는데도 사망률은 줄어든 건 아닐까?”
“그 나라 전체 출생아 수 중 몇 퍼센트가 사망하는가?”

그는 이렇게 정리한다.
숫자는 항상 비교를 통해서만 의미가 생긴다.

큰 숫자가 나오면 먼저 다음과 같이 질문해야 한다.

  • 다른 숫자와 비교했을 때 어떤가?
  • 과거와 비교해서 좋아졌는가?
  • 전체 중 어느 정도를 차지하는가?

 


 

인상적인 숫자는 뉴스에 유리하지만 판단에는 불리하다

 

뉴스에서는 숫자가 클수록 강한 인상을 남기기 때문에,
보도는 상대적으로 큰 숫자만 골라서 전달하는 경향이 있다.
“수백만 명이 고통받고 있다”는 문장은 그 자체로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한다.
하지만 이런 숫자는 분모 없이 쓰이는 경우가 많아,
전체 맥락이나 정확한 이해를 방해한다.

로슬링은 유니세프의 한 보고서를 예로 든다.
보고서에서는 “매일 4,000명의 아이들이 설사병으로 죽는다”고 썼다.
이 수치는 강렬하지만,
그가 확인한 바로는 과거에는 13,000명이 매일 죽었다.
즉, 놀라운 진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은 숫자의 ‘크기’에 가려져 전혀 전달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처럼 큰 숫자는 개선의 맥락조차 지워버리는 효과가 있다.

 


 

큰 숫자를 이해하려면 작은 단위로 환산하라

 

로슬링은 사람들이 숫자의 크기를 더 정확히 이해하려면
단위 전환이나 환산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10억 달러가 소요된다”는 말은 대다수 사람에게는
‘상상조차 안 되는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걸 “인구 1인당 하루 27센트”로 바꾸면,
그 숫자는 갑자기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다가온다.

또 “10억 달러의 지원금이 필요하다”는 말을
“전 세계 흡연 인구가 3일간 담배를 끊으면 절약되는 비용”으로 환산하면
이해도와 설득력이 훨씬 커진다.

로슬링은 말한다.
숫자는 적절히 환산되고 비교될 때, 비로소 실제에 가까워진다.

 


 

전체 중 일부를 보지 않고 전체처럼 받아들이는 오류

 

숫자의 또 다른 함정은, 일부를 전체로 오해하게 만드는 효과다.

예를 들어 “미국에는 2백만 명의 죄수들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미국이 ‘범죄국가’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는 전체 인구 대비 비율로 살펴야 할 숫자다.

또 “방글라데시에는 아직도 수백만 명이 전기를 쓰지 못한다”는 말 역시
그 자체로 심각하게 느껴지지만,
전체 인구 중의 비율로 보면, 사용 인구는 이미 압도적으로 많아진 상태다.

부분을 보고 전체라고 믿는 것,
이것도 크기 본능이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왜곡 방식이다.

 


 

큰 숫자를 ‘의미 있는 숫자’로 바꾸는 연습

 

로슬링은 큰 숫자가 나올 때,
그 숫자가 어떤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구체적인 단위나 실생활 예시로 전환해보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300만 명이 깨끗한 물 없이 살고 있다”는 말을
“이 중 상당수는 이미 정수된 물을 마시고 있으며, 파이프라인만 연결되지 않은 상태”라고 해석하면,
숫자가 말하는 실상은 완전히 달라진다.

또 “천만 명이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는 말도
“이 중 다수는 취학 연령이 아닌 유아들이고, 대부분은 곧 입학이 예정되어 있다”는 설명이 더해져야
숫자가 실제 문제를 제대로 설명하게 된다.

즉, 숫자 자체보다, 그 의미를 제대로 해석하고 전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크기 본능에서 벗어나는 방법

 

로슬링은 이 장의 마지막에서,
숫자의 크기에 압도되지 않고 본질을 파악하기 위한 5가지 질문을 정리한다.

  1. 비교했는가?
    지금 숫자를 과거와 비교해봤는가?
    다른 나라, 다른 시기, 다른 상황과의 비교가 있는가?
  2. 분모는 있는가?
    전체 중 어느 정도를 차지하는가?
    분자만 있고 분모가 빠진 수치는 거의 항상 왜곡된다.
  3. 속도는 어떤가?
    숫자의 ‘크기’가 아니라 ‘변화의 속도’에 주목해야 할 때도 있다.
  4. 상대적인 가치로 바꿔봤는가?
    1인당, 하루당, 혹은 실생활 기준으로 환산해보았는가?
  5. 대안과 비교했는가?
    이 숫자가 크다고 느껴질 때,
    그와 비슷한 다른 지출이나 사건과 비교하면 어떻게 느껴지는가?

 


 

이 장의 결론

 

크기 본능은 우리를 쉽게 흔들고,
문제를 실제보다 훨씬 심각하게 보이게 만든다.
그리고 이 본능은 언론, 정부, NGO 등 다양한 조직이
의도적 혹은 비의도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로슬링은 말한다.
숫자는 중요하다. 하지만 숫자는 해석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팩트풀니스란,
숫자를 무조건 신뢰하지 않고,
그 숫자의 맥락과 의미를 함께 보려는 태도다.

 

 

 

이 글은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를 바탕으로,
핵심 내용을 해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2차 창작 콘텐츠입니다.
원저작물의 구조와 메시지를 충실히 따르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문장을 자연어 요약 및 각색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정확한 내용과 풍부한 맥락은 반드시 원서를 통해 직접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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